2016년에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인간과 기술의 대결로 수용되었다. 경우의 수를 예측하여 알파고가 상대방을 공략할 때, 우리가 ‘신의 한 수’라고 부르던 것이 지능화된 기술로 발전된 지점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여전히 손은 중요하지만, 바둑판의 물리적 공간을 벗어난 손은 결정권을 가진 주체의 선택이 기술에 양도 받은 ‘한 수’로 대체된다. 귄터 안더스(Gunther Anders)가 말하듯이 행위를 노동으로, 노동을 기동 동작으로 가장하면서 우리의 손은 간접적인 차원에서 휘두르는 결정권으로 전이했다. 우리는 손으로 직접 범행을 저지르지 않아도, 버튼 하나만 눌러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많은 사람을 위협에 빠뜨릴 수 있는 무기가 넘치는 시대에, 인간이 치르는 죗값은 ‘기술’에 의해서 소외된다. 안더스가 분석한 시대가 핵무기가 태동한 시점이었다면, 2026년에는 AI로 얻은 답변이 비-행위를 정당화한다—“AI에게 물어보니까 그러더라고요”... 입력과 송출은 우리의 손과 머리와 연동되어, 손수를 쓰는 대신 손수를 아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행위를 범하거나 저지른다는 감각에서 발을 빼려고 한다. 이웅철의 〈The Game〉(2026)는 일차적으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 상징되는 지능화된 기술을 보여준다. 이때 바둑(Go)은 ‘가라(Go)’라는 명령어를 송신/수신하는 군사 시스템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한편, 이 작품은 QR코드를 닮았다. ‘땅따먹기’가 벌어지는 바둑판은 인간과 과학 기술의 역대적 무대에서 일상의 핸드폰으로 들어온 지 오래다. 〈The Game〉에서의 대결은 전쟁터에서 상대의 위치를 추적하는 화면과 적군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장술을 쓰는 사람 간의 대결뿐만 아니라 전쟁터와 일상생활을 점유한 시각 체계로 확장된 것이 아닐까. 폴 비릴리오(Paul Virilio)가 『전쟁과 영화』(1986)에서 분석한 당시보다 시각 기술은 발전했다. 나와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시시각각 움직일 때, 레이더와 드론을 비롯한 광학 장치를 통해서 상대를 직접 보기도 전에 병사는 명령(어)을 내리고 공격한다.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비하여 예측할 때, 바둑판에서 점을 찍듯이 반복된 동작은 그야말로 ‘점찍는’—미래를 예견하고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적 지능으로 발전하였다. 화면상의 경험은 2026년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터페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태블릿 PC, 매장 키오스크, 후방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감시를 초월하여 우리는 일어나는 일에 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버튼 하나가 신의 한 수가 될 때, 이웅철의 관심사는 간접적 경험에 질문을 던진다. 연작 〈The Line〉(2026)은 뉴스 기사에 소개된 미사일 발사 장면을 평면 작업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충격은 자극적이고 종종 선정적인 표현을 통해서 전해진다. 폭발, 총격, 공격에서 출발하여 붕괴, 파괴, 와해, 파편화에 이르는 이미지들은 언어보다 빠르다. 이미지는 사람들을 충격에 묶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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