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청년 2026
전시 서울

전북청년 2026

기간8월 13일(목) ~ 9월 13일(일)
장소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

한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그가 살아오며 남긴 것들, 시간이 지나도 흩어지지 않고 곁에 머무는 무언가일 것이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떠나야 하는 자취방, 갱신이 불투명한 계약, 몇 해를 함께해도 다음 이동 앞에서는 쉽게 정리되는 인연들…. 어느샌가 청년들에게 ‘머무름’이란 낯선 단어가 되었고, 한곳에 머무는 일도, 무언가를 꾸준히 쌓아가는 일도 무엇 하나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인간의 활동을 노동(Labor)과 작업(Work), 행위(Action)로 구분했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삶 자체를 지탱하기 위해 끝없이 반복되지만, 지속되는 산물을 남기지 못하는 노동과 달리, 작업은 ‘머무는 것’, 즉 세계 안에 내구성 있는 사물을 남겨 인간이 세계에 자신의 흔적을 새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달려도 남는 것이 없다는 감각, 쌓아왔다고 믿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지워져 있다는 감각—오늘날 많은 이들의 삶이 전자(노동)로만 수렴하고 있다면, 그 속에서 기어이 무언가를 만들어 세계에 새기려는 몸짓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는 흔히 오래 머문 장소, 끊기지 않은 관계, 차곡차곡 쌓인 시간 같은 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의 토대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그러나 올해의 전북청년 작가 김규리와 조민지에게 그런 안정된 조건은 처음부터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유년기부터 잦은 이사로 정주할 고향을 가져본 적 없는 김규리에게 현실의 장소들은 언제든 떠나야 하는 임시 거처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그는 현실의 장소가 아닌,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자신을 향해 와 있던 꿈—태몽—에서 자신의 ‘머무를 곳’을 찾는다. 물리적 공간들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고 따라다닌 유일한 영토. 김규리에게는 어쩌면 낯선 풍경 쪽이 잠시 빌려 입은 옷이고, 꿈 쪽이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꿈의 이미지와 해석들을 모으고, 그것을 오브제와 세트로 구현하여 형태 없는 것에 물성을 부여한다. 손에 잡히지 않던 꿈이 만질 수 있는 사물로 남겨지면서, 개인의 꿈은 언어를 통해 타인에게 전달되며 공동의 맥락으로 확장된다. 태몽은 본디 혼자 꾸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대신 꾸어 말로 전해주는, 한 사람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언어의 형태로 도착해 있는 이야기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달려왔던 조민지는, 어느 순간 넘을 수 없는 어떤 선을 마주했다. 끝없이 달려야 겨우 제자리걸음인 듯, 애써 쌓아 올린 시간은 반복해서 지워졌고, 이 상실감은 안에서부터 비어 있던 것이 아니라, 바깥으로 자꾸만 밀려난 자리에서 생겨난다. 작가는 이를 흘러가 버리는 시간에 형태를 입히는 일로 마주한다. 한 올씩 실을 엮어 올리는 뜨개, 그리고 녹아내리기 전의 한때를 붙잡아 굳힌 파라핀, 그 느리고 반복적인 손의 시간은, 어쩌면 지워지는 것에 다시 물성을 부여해보려는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인식되지 않은 채 흘러가던 것이 비로소 눈에 보이는 구조물로 남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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