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n Penyajian
전시 서울

Saran Penyajian

기간8월 18일(화) ~ 8월 29일(토)
시간화-토요일 12:00~18:00
장소서대문구 · 온에어갤러리
요금0원
관람누구나

인도네시아산 과자 포장지에서 발견한 작은 문구. 고딕체로 인쇄된 Saran Penyajian(사란 쁘냐지안)은 인도네시아어로 ‘연출된 이미지입니다’, ‘예시 이미지’를 뜻한다. 문구가 쓰인 이미지는 먹음직스럽기 위해 막상 실제 과자의 모양이나 색과 다를지라도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귀띔하는 것이다. 하나의 제안으로서 우리에게 커피나 우유를 과자와 함께 먹는 연출된 맛을 권장한다. 포장지를 본다면, 이미지가 먼저 각인되고 낯선 그 작은 글씨는 쉽게 읽히 않는다. 그러나 조용히 이 투박한 검은 문장은 이미지가 가짜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Saran Penyajian이다. 세계를 재현하거나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잠시 제안되는 감각의 장면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14명 작가는 명료한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일시적으로 다른 시간성과 빈 공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선 비어 있음이 더 중요할 수 있으며 빛과 공기, 그림자와 같이 손으로 쥘 수 없는 것들이 오히려 자리를 차지한다. 2층에서 마주하는 김근모의 〈The 150 Axis Unshakable〉(2026)는 하나의 수직축을 중심으로 기울어진 사각 파이프들이 서로 다른 각도로 서있다. 임시적으로 맞춰진 균형은 긴장감을 주며, 서로의 표면이 반사되면서 생긴 그림자는 작품의 외연을 확장시킨다. 김정민의 〈겹쳐진 공간의 구조〉(2025)의 격자 무늬 직육면체는 덩어리감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 안에 반복적으로 철골 프레임이 중첩되면서 결국 텅 빈 전시 공간 속의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해낸다. 김영호의 〈공백이 나열될 때〉(2025/2026)를 구성하는 규격화된 수백개의 은색 풍선들은 지루한 질서와 반복을 의미한다. 또한 충분히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지만 답답하게 바닥에 붙어 있는 풍선들 위로 솟아있는 형상은 마치 풍선이 남긴 빈자리로 보이며, 그 틈에서 또 다른 존재 방식을 드러낸다. 일상은 인간의 차지가 될까? 노동에서 창작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AI에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자원이 투입되는 현실 속에서 그 이면에 소외되는 건 누구일까. 박세준은 캔버스에 인공지능이 만든 텍스트나 이미지를 뒤로 배치하고 자연의 형상과 작가의 붓질을 덧입힌다. 기계가 생성한 이미지 위에 축적된 손의 흔적은 회화의 물질성과 신체성을 환기하며, 이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자연의 존재를 불러낸다. 신기운은 다양한 장소를 이동하면서 경험한 공간을 전시장에 구현한다. 2층과 3층에 각각 설치된 영상 2편은 작품 제목과 동명의 장소를 촬영한 것이다. 작가가 머물렀던 뉴욕의 은행과 스튜디오는 이곳에 옅게 투영되어 이곳의 공간과 기억으로 연결된다. 사라질 듯한 얇은 막의 화면은 또 다른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3층에서는 시를 쓴 흔적 혹은 쓰고 있는 손을 보게 된다. 우사화는 정해진 시간에 쓴다. 그는 잠 속에서 분주히 이동하는 영혼에 대해 쓴다. 흩뜨려진 종이 위의 문장들, 그것을 원하는 이는 무엇이든 선택해 데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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